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첨밀밀

일상다반사

by 자전거여행자 2010. 10. 7. 00:38

본문

 

 

영화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배경음악의 주인공은 가수 등려군이다.

왜 영화제목이 첨밀밀이고 등려군의 음악일 수밖에 없는 것인가는 등려군의

삶과 중국,중국인,중국어에 대해 약간의 이해가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이다.

 

성공을 향해 혹은 무언가 성취하기 위해 또는 어쩔 수 없어서 부초처럼

떠도는 중국남녀의 삶과 그것에 수반해서 체득해야하는 여러 것들...

 

스크린 속의 여명과 장막옥의 삶이 또한 등려군의 삶이다.

  

 

중국어에 대해 자전거점 운영자 하찮은씨가 더 깊은 이해가 있었더라면 오히려 영화보기에

방해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영화에 동원된 언어는 보통화 혹은 북경어와 광동어 그리고 생존을 위해 익혀야만 했던

잉글리쉬다. 여명과 장만옥은 판이한 언어를 현란(?)하게 구사한다.

아마도 이것은 현재 한국 어떤 곳의 풍경일지도.

 

한국영화에 대입해보면 북한남녀가 제주도 쯤에서 서울말 북한말 제주말 잉글리쉬로

사랑을 나누는 일인데... 웬만한 연출력이 아니면 쉽게 코메디가 되어버릴 것만 같다.

 

  

등려군은 중국인을 중국인으로 확인하게 하는 하나의 인식표 같은 것. 중국인이 있는 곳에는 등려군의 음악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찮은씨는 화교 가수 주현미씨가 한중수교 기념 무대에서 등려군의 [야래향]을 불렀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등려군의 중국어는 약간 독특해서 的(de) 발음을 [디]로 한다. 주현미나 여명은 같은

발음을 [더]로 하는데, 찮은씨가 알고 있는 한어병음을 발음하면 [더]인 것으로 안다.

 

어쨌든 등의 음악은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든 중국인의 입에서 흥얼거려지는 삶의

일부다. 영화는 이것을 몹시 잘 보여주고 있다.

 

 

자전거점 운영자 하찮은씨는 가끔 영화가 예언자적 역할을 할 때가 있다고

느낄 때가 많다. 첨밀밀을 다시 보면서도 문득 그렇게 느꼈는데, 많은 성취를 이룬

그들이 끝내 찾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끝내는 사랑하는 사람과 등의 음악.

등의 음악은 중국남녀를 하나로 잇는 가교 역할을 하게된다.

무슨무슨 주의나 사상이 아니라 등의 음악, 등의 미려한 중국어가 그들에게는 더 소중하였던

것이다.

 

이 부분이 찮은씨가 몹시 통쾌하게 여기는...

 

요즘 중국을 보면서 첨밀밀을 다시 보는 재미가 영판 아껴둔 꿀단지에 가래떡

찍어먹는 것 같은 찮은씨였다.

 

그런데 가만!

한국인들 그러니까 해외동포는 물론이고 북한까지 포함한 그들에게는

등려군이 있나?

 

찮은씨가 괜히 입맛을 쩝쩝 다시는 거였다.

  

 

 

2 년전 글을 복원하였습니다. 영화 속의 남녀가 그러했듯이 가장 외로웠을 시기에 위로가 되어준 사람은

기억 속에 오래 남기 마련인가 봅니다. 질풍자전거점 운영자 찮은씨는 혼자 놀기를 즐겨하고, 외로움을 타지

않게끔 오래전부터 훈련이 되어 있는데, 그러함에도 어쩌다 가끔 마음이 다정한 사람들이 찾아오면

괜히 과하게 들뜨는 스스로를 확인하게 되네요.

 

한때 등려군 노래 가사를 모조리 외워서 잘난척 흥얼거리던 세월이 엊그제 같습니다.

 

첨밀밀을 다시 꺼내 봐야겠습니다.

 

그럼.

 

'일상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토 영입하던 날  (0) 2010.10.07
좋지 아니한가?  (0) 2010.10.07
최불암에서 변희봉까지  (0) 2010.10.02
헉! 적응 안돼  (0) 2010.10.01
편지  (0) 2010.09.24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