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도 1022를 따라 원동에 다다르면 사람을 흥분시키는 꽃대궐이 펼쳐집니다.
꽃대궐이라고 하였지만, 사실 규모로 따진다면 진해의 벚꽃을 따라가기는 힘듭니다. 그래도 가장 일찍 장관을
펼치는 매화 군락은 자전거 여행자를 흥분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사상터미널 기준으로 화명-호포-물금-원동에 다다를 때까지 약 두시간 오십분 정도.
갓길이 협소하고 심한 오르막이 두세군데 있습니다.
자전거점 운영자 찮은씨가 도착하니 수십명의 DSLR동호회 회원들이 진을 치고 있더군요.
척 봐도 DSLR동호회에는 샤방한 옷차림의 여성동호회원들이 많았습니다.
찮은씨, 울컥 합니다.
어디선가 인공향수 냄새가 진동을 하는데, 싫어하고 기분나쁜 것을 손가락으로 꼽자면 열손가락이
부족한 찮은씨. 그 중 역시나 싫어하는 것이 인공향료의 자극적인 냄새.
요즘 찮은씨가 화를 참지 못하는데, 속으로 버럭!
야! 이것들아! 떼로 몰려다니는 것도 못봐주겠는데 향수 냄새는 더 미치겠다!
헉! 그러나 알고보니 찮은씨를 자극한 냄새는 매화향이었습니다.
잠시나마 제멋대로 흥분한 점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어쨌든 외로운 청춘들은 DSLR동호회를 들 지어다.
원래 복음은 이렇게 단순한 것.
누군가 한마디 합니다.
- 이게 전부인가?
맞습니다. 규모로 보자면 작습니다. 그러나 원동의 매화만이 연출할 수 있는 순간은 따로 있죠.
많은 사람들이 고대하는 순간.
맞은 편에서 여러사람이 외칩니다.
온다!
DSLR의 연사가 숨가쁘게 이뤄지는 순간입니다.
꽃은 많아도 이렇게 기차와 꽃이 어우러지는 광경은 흔하지 않죠.
찮은씨, 연사는 안되고 셔터를 무자비하게 눌러서 겨우 건진 사진이 아래와 같습니다.
오래전 이맘때 세상과 단절된 곳으로 떠나면서 바라보았던 원동역의 꽃.
지금은 비둘기호도 통일호도 사라졌네요.
뭐 대단한 거 한다고 고작 군대가면서 왜 그렇게 원동역의 꽃이 가슴에 사무쳤던지.
객차 난간의 지지대를 부여잡고 젊은 날의 찮은씨는 잘있어라... 잘있어라...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더랬습니다.
더 기막힌 장면을 찍고 싶지만, 역시 컴팩트 디카는 한계가 있는데다가 다른 사람은 차를 타고 집으로 가지만
찮은씨는 비토군을 타고 가야하니 조금 서둘러야죠.
부산으로 돌아오는 길의 화재뜰과 물금...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동안은 생각날 때 챙겨서 찾고 싶은 곳입니다.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