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는 습기로 무거워서 호흡을 할 때마다 가슴이 답답해지는 날씨입니다. 그래도 자전거 타기를 걸를 수는 없죠.
못탈것 같다가도 막상 자전거에 올라 페달을 밟으면 바람이 체온을 식혀주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한여름의 태양에도 씩씩하게 버티고 앉았는 토란대가 장합니다.
온통 기운이 위로만 솟구치는 까닭에 삶은 토란의 식감이 그렇게 허벅한가 봅니다.
어머니가 해 준 음식은 대체로 맛이 있어서 나이가 들수록 더 먹고픈 생각이 강해지기 마련인데, 미끌미끌한 토란알에
소금을 찍어 먹던 맛은 지금도 썩 내키지 않습니다.
손이 더럽혀지고 끈적이는 무언가가 뭍는 것을 싫어하던 유년의 나는 아주 정직하게 말했습니다.
- 어머니, 너무 맛이 없고 기분 나쁜 음식이예요.
어머니는 그래도 엄마 어릴 때는 먹을 게 없어서 이런 것도 자주 먹었단다, 이렇게 한마디하시고는 그 이후론 한 번도
토란을 삶지 않으셨습니다.
토란의 죄라면 태양을 이겨먹으려는 본능이었겠죠. 자신의 뿌리쪽에도 좀 신경을 썼더라면 감자나 고구마 정도의 맛이
생겼을 텐데.
산길의 길어깨에 화려한 색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뭔가 강렬한 색이 눈에 띈다 싶으면 여지없이
외래종 꽃입니다.
철이른 감이 없잖아 있는 코스모스, 원추리, 루드베키아.
외래종이지만 이제 국토의 한 표정이 되어버린 풍경입니다. 뭔가 눈에 확연히 드러나야 평가를 받는 세상
이다보니 지자체에서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작고 희미해서 흔적없는 토종야생화가 그래서 보기에 안됐습니다.
땀을 있는대로 흘리고 난 다음 마음 착한 사람들이 일궈놓은 작은 약수터에서 달궈진 몸을 식힙니다.
유난히 길고 비가 잦았던 장마가 지나고 이제 찌는 듯한 한여름의 더위가 이어지겠죠. 멀리 낙동강이 불어
사람의 서식지가 좁아보입니다.
저 물이 다 빠지고 건강한 초록의 기세가 등등해지면 좋은 곳에 한 번 다녀와야겠습니다.
더위를 무릅쓰고라도...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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