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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같은 초속 오 센티미터

자전거 탄 풍경

by 자전거여행자 2011. 4. 10.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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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약속된 일이 있어서 길을 나서지 못했다. 연중행사 치르듯 진해를 찾았건만 올해는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예정된 손님의 방문이 없었더라도 진해를 찾았을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진해의 벚꽃을 이번 봄에 만큼은 혼자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셔터를 내리고 내내 종일 잡생각에 잠길까 하다가 불에 데인듯 자전거에 올랐다.

 

온천천과 삼익아파트의 벚꽃이라도 보고싶었다.

 

 

신카이 마코토 에니메이션의 대사처럼 꽃잎이 초속 오 센티미터로 떨어지고 있었다. 떨어지는 꽃잎의 흐름을 따라

시선을 옮기는데 마침내 꽃잎이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마음도 동시에 무너졌다.

 

내가 어쩌다가...


세월 앞에 낯설게 변해버린 내가 한결같이 떨어지는 꽃잎에 굴복하고 만 순간이었다.

 

 

자연은 때가 되면 한결같이 초속 오 센티미터로 꽃잎을 떨어뜨린다. 해서 꽃이라면 데면데면하던 사람이 나이가

들면서 이 한결같음이 잊혀지지 않아 애써 찾게된다.

 

부모님의 사랑도 형제간의 우애도 친구들과의 우정도 연인과의 애정도 늘 한결같지는 않았다.

어릴적에는 한결같지 않은 그들을 원망하는 마음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후에 살펴보니 나 스스로가 그들에게도

한결같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아마 그 사실을 깨닫고 나서부터 꽃을 찾았던 것 같다.

 

 

초속 오 센티미터로 떨어지는 꽃잎 아래에서 소망해본다.

 

살아가면서 그래도 소중한 몇몇에게는 한결같은 사람으로 남았으면 싶다.

 

한결같지 않다고 실망할 사람들을 대비하여 미리 대사도 준비해 놓았다.

 

- 나.는.친.절.한.사.람.이.아.닙.니.다. 쌀쌀맞고 괴팍한 사람입니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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