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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황령산 봉수대에서

자전거 탄 풍경

by 자전거여행자 2011. 4. 1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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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령산에 오르면 확실히 도회에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작은 공간에서 반복되는 삶을 이어가다가

이렇게 한눈에 조망이 가능한 높은 곳에 자전거로 올라 먼곳을 바라보다 보면 저절로 입가에 웃음이 번집니다.


조금 씁쓸한 웃음.



물만골의 오르막은 여전하였습니다. 좁은 도로인데 나들이 차량행렬까지 뒤섞이니 힘이 더 들었습니다.

황령산 봉수대 꼭대기가 전망 좋기로 유명세를 타기는 타는 모양입니다.



대양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 크게 숨을 들이킵니다. 사방팔방 훤하게 트인 곳에서 시선을 이곳저곳

옮기다보면 일상과 그에 편승한 주변의 모든 것들이 하찮게 느껴집니다.



예전에는 사진찍기를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추억을 문장만으로 기록하는 것에 대한 일종의 프라이드가 있었고

자신감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사진의 효율성에 의지하지 않고는 왠지 불편합니다. 아무리 뛰어난 문장이라고

해도 사진의 정교함을 따라가지 못할 것 같기도 하고.


기억력이 쇠퇴하게 되는 나이가 되면 과거를 추억하는 것으로 삶의 의미를 찾을 수밖에 없을 텐데 그때를 대비하여

문장이든 사진이든 부지런히 기록해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다만 추억에 사람이 늘 빠져 있으니 나중에 지난날을 추억하면서 자연스럽게 떠오를 사람이 없다는 

것이 아쉬운 점입니다. 


추억이 더 풍성할 수 있도록 시간을 조금이라도 나누어 달라고 마음 넓은 사람들에게 구걸이라도 하고 싶지만...


다 무리한 욕심인 것 같습니다.



학창시절에는 이렇게 좋은 휴일 봄날 오후엔 되게 힘들었습니다. 월요일 학교 가기 싫어서...

아무리 현실이 남루하다 하더라도 명백하게 그 시절 보다는 지금이 낫습니다. 


나이가 들면 몸은 퇴행하게 되더라도 병으로 앓는 일만 없었으면 하고 요즘 문득문득 소원하는 일이 잦습니다.

다른 이에게 원치 않는 폐를 끼치게 될까봐 그 점이 몹시 두렵기 때문입니다.


휴일의 좋은 날을 그냥 즐기면 될 것이지 황령산 꼭대기에서 하는 잡생각이 이따위니 병도 이런 병이 없습니다.

이런 병이 근처에 다가오면 지체없이 냅다 차버리세요.


4월에는 모두에게 좋은 소식이 하나씩 전해졌으면 합니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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