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샤갈... 도시 위에서

일상다반사

by 자전거여행자 2011. 1. 13. 01:06

본문



앞날을 알 수 없는 젊은 화가 샤갈이 고향인 비테프스크 위를 아내 베라와 날고 있다. 

모 예능 프로그램에서 천문학적인 그림의 금전적 가치가 알려져서 화제가 되었던 [도시 위에서]이다.


약혼녀 집안의 반대를 어렵게 이겨내고 얻은 아내 베라였다. 혁명의 소요와 1,2차 세계대전의 엄혹한 세월은

유태인이자 가난한 화가부부에게 친절할 리가 없음을 직감했던 것인지 화가가 묘사한 젊은 부부의 표정이 

밝지 않다.


지상에서의 삶은 왼쪽 아래 엉덩이를 드러내고 큰일을 보는 남자의 모습처럼 반드시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어서

거장의 작품에서만이 아니라 범인이라도 소중한 이와 함께라면 어디론가 외따로 떨어져 둘만의 공간을 꿈꾸게

되기 마련인가 보다.

 

헐리우드 상업영화는 슈퍼맨을 동원하여 로이스 레인을 북극의 요새로 데려가지만 근 100년 전의 회화는

허황되지 않고 현실에 충실했다.

 

결국 지상에 발을 디딜 수 밖에 없는 운명임을 암시하듯 남자의 오른발은 아래도 처져 있다.


 

지상에서의 행복했던 한때를 드러내고 있는 작품 [산책]이다. 고향의 묘사나 인물의 표정이 모두 밝다. 아마도 이 시기에

샤갈은 첫아이를 비롯해 오른손의 파랑새가 암시하는 것처럼 많은 것을 얻은 듯하다. 그림에서와 같이

젊은 남녀가 마음 편하게 지상에 발을 디디고 행복을 누리는 세상이 좋은 세상일 거다.

 

정치하는 이는 정치로 사업가는 사업으로 지식인은 지식으로 예술가는 예술로 젊은 남녀가 마음 편하게 지상에

발을 디디고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일에 부역해야 한다고 본다.

 

오늘날 현실은 샤갈이 나치의 위협을 피해 유럽을 전전하게 되는 그 때와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

망명지 미국에서 아내 베라는 변변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샤갈의 곁을 떠나고 만다. 이런 것이 운명일까.

 

아내를 잃은 상실감에 붓을 들지 못했던 샤갈은 끝내 고통을 이겨내고 부와 명예를 비롯해 예술가가 지상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누렸다. 게다가 98세 천수를 다했다는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부러우면 지는 거라는 우스개가 샤갈의 그림을 보면 떠오른다. 신은 그에게 마음먹은 바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주셨다. 그 표현이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전달되어도 좋은 것인데, 타인의 가슴에까지 다다를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있을까.

 

공중에 부유하여 베라의 걸음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샤갈의 여린 영혼을 그림[생일]을 통해서 읽는다.

당신은 샤갈처럼 이런 마음을 품어 본 적이 없나?

 

만약 있다면 사랑하는 사람들이 마음 편하게 지상에 발을 디디고 행복을 누리는 세상을 만드는 일에 부역할

일이다.

 

그럼.


'일상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 내리는 날, 밥과 김치.  (0) 2011.02.11
전투식량  (0) 2011.01.28
자화상... 4년 전 안창마을에서.  (0) 2011.01.04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0) 2010.12.22
살인의 추억을 추억  (0) 2010.11.26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