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풍자전거점 운영자 찮은씨는 물론이고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상당수 근래에 독특한 경험을
했으리라 믿는다. 정황을 아무리 살펴보아도 그렇고 서류를 아무리 뒤적여도 쉽게 수긍이 안되는 상황을
그것이 진실이니 일단 믿으라고 강요받는 사태.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 라는 발표가 부끄럼없이 언론매체를 탔었고 어제의 선량한 공권력이 알고보니
추악한 범죄자로 밝여졌던 시절이 영화의 배경인 살인마저 추억이 되는 80년대였다.
80년대를 살아낸 두 형사의 고민이 비단 그 특정시대에 국한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찮은씨는 그렇지 않다.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라고 단언한다.
발로 뛰고 경험과 직관에 의지하는 박두만(송광호)형사도 서류와 증거를 바탕으로 한 서태윤(김상경)형사도
좌절의 연속을 겪게된다.
현실이라면 두 형사는 환상의 콤비가 되어도 좋을 법하다. 경험과 직관에 서류와 증거를 기반으로하는 합리적인
수사라면 해결 못할 사건이 없을 법도 하지만, 그들은 계속 좌절한다.
요즘 이런 이야기를 하면 찮은씨보다 젊은 세대는 웃을지 모르지만, 찮은씨는 한때 몇몇 선진국의 사법정의, 언론과
표현의 자유, 인권보장의 수준 등을 동경한 적이 있다. 마치 영화의 두 형사가 미국에서 날아오는 유전자분석자료의 문서를
철썩같이 신뢰하여 기다리는 것처럼.
그렇다. 현실의 혼돈이 도무지 해결 되지 않을 때는 자기보다 더 우월하다고 판단하는 존재에 기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세월이 많이 지난 지금 조작에 가까운 경험과 정황 그리고 서류 따위를 빌미로 전쟁을 벌이는 이른바
선진국이라는 나라에서 영화의 두 형사에게 믿기지 않은 분석결과를 전달하고 만다.
서로의 방식을 공유하여 동화된 두 형사에게 떨어진 청천벽력.
정말 이 서류를 믿어야 하나.
서류와 증거 신봉자 서태윤(김상경)의 변신은 요즘 주변에서 많이 확인할 수 있는 가관이어서
영화는 리얼리티를 확보했다, 하겠다.
근자의 한국인들은 웬만한 외부충격이나 어처구니 없는 사태에 그렇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적어도 질풍자전거점 운영자가 보기에는 그렇다.
경험이나 정황 그리고 증거나 서류로도 진실에 접근하는 것이 어렵고 개인이나 상대적으로 소수집단이
해결하기에는 더더군다나 힘들다는 것이 두 형사가 살아낸 시절이나 지금이나 변화가 없어서 그런 것을 아닐까?
특정 병원균에 내성이 생긴 것처럼 혹은 나와는 상관없으니 방관자가 되어.
영화의 박두만(송광호)는 그 해괴한 굿판과도 같은 곳에서 벗어나 평범한 삶을 살다가 문득 그곳을 추억하게
된다.
무기력하게 보이지만, 잊지말고 또렷하게 추억하고 눈을 부릅뜨자는 것이 영화의 방식이다.
찮은씨는 감시의 또다른 방식인 추억만으로는 조금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왜냐면 감시의 대상인 범죄자들의 뻔뻔함이 도를 넘어버렸으니까.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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