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로부터의 충격으로 삶의 외형이 바뀌어야 한다면 그것을 기쁘게 받아들일 사람은
그리 흔치 않을 것이다.
철의 여인이라는 별칭으로 기억하는 대처 수상 시절의 영국.
빌리 엘리어트의 신화는 구조조정의 대상인 탄광촌에서 시작된다.
영화의 엘리어트 가문은 해괴하지 아니한가?
할아버지의 유품이었던 복싱글러브로 손자가 훈련하고, 탄광 노동자의 삶과 전통이
이어지기를 소망하는 아버지와 형.
- 니는 죽어도 농사 짓지 말그레이... 내가 누구 때문에 이 고생을 하는줄 아나?
다 느그뜰 때문인기라. 우짜든동 출세를 해야 하는기라.
이런 주문아닌 주문을 허구헌날 들은 아세아(亞細亞)한국인의 정서로는 유로파(流路派)
영란(英蘭)하고도 엘리어트 가문의 전통 중시형 사고방식을 선뜻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다음 세대를 위해 모욕과 눈물을 감내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아세아라고 유로파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영화 [빌리 엘리어트]는 보여주고 있다.
스타일, 형식에 비중이 큰 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탄광촌은 예의 암울하기 보다는
오히려 아름답다.
현실이야 그럴리 없겠지만, 마치 빌리의 춤을 받쳐주기라도 하는 듯...
우리들의 시대는 갔다고 절규하지만,
허리를 펴고 어깨를 빳빳하게 곧추세워 힘차게 뚜벅뚜벅 걷는 아버지.
그리고 탄광 노동자로서의 삶을 절대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아세아와의 차이라면 그것일 것이다.
아름다운 색(色)이 그립다거나 혹은 삶의 정처(定處)를 잃었다면 이 영화 [빌리 엘리어트]를
볼 일이다.
2년 전 글을 복원하였습니다. 겉멋 부린 문장을 다시 읽자니 손발이 오그라듭니다. 그래도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한 때 빌리를 꿈꾸었지만, 실천은 역시 힘든 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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