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조 옹 골목에 접어들었습니다.
- 칼 갈어!
할아버지의 외침에 머리 작고 다리 가는 새댁이 칼을 맡겼습니다.
자전거점 찮은씨가 좋은 구경거리에 빠질 수는 없어서 카메라를 들고 나섰습니다
홍기조 할아버지, 일하시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도 될까요? 하고 양해를 구하니, 뭐라뭐라 웅얼거리십니다.
자전거점 찮은씨는 하나도 못알아먹겠는데, 머리 작고 다리 가늘면서 약간 올리비아 핫세를 닮은 새댁이
말참견을 합니다.
- 할아버지 본인 사진기로 찍어달라네요.
그렇습니다. 언어장애가 있는 홍기조 옹의 말은 애엄마만이 본능적으로 직감할 수 있었던 거였습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쌍팔년도 필카를 가슴 주머니에서 꺼내어 자전거점 찮은씨에게 건네는 홍기조 옹.
아, 이런 상놈의 필카 셔터 누르는 느낌은 얼마만이었던가. 홍기조 옹은 화석과도 같은 카메라를 가슴
가운데 게줌치에 보물 대하듯 간수하고 있었던 거였습니다.
홍기조 옹의 말을 해독하기에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주로 주어가 비교적 명확하고 나머지는 인상과 몸이 어울어지는 복합언어.
- 요으음... 주웅궈... 싸... 자아징거...
팔과 다리는 가늘면서 대체로 올리비아 핫세의 외모를 닮았는데, 어린 아기를 키우는 바람에 이런 상황에서의
한국어 통역에 능통한 새댁의 설명에 따르면
- 니도 보아하니 고생이 만타, 나 목마르거든 물이나 한 잔 가지고 온나.
냉큼 물한잔 갖다 바치니 팔과 다리는 가늘면서 애기를 낳은 탓인지 허리는 통통하면서도 어쨌든 얼굴은
올리비아 핫세를 닮은 새댁이 칼을 갈아 드린 값을 치르고 있었습니다.
새 칼 만들어 준 값 삼.천.원.
오... 예... 홍기조 옹! 질풍자전거점 기본 공임과 같습니다요!
신체 오른쪽이 무너졌으나 힘차게 칼 갈어! 만큼은 또렷하게 외치는 홍기조 옹의 뒷모습을 오래 지켜보았습니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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