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삼월이지만 그래도 겨울바다 정취가 남아있는 다대포입니다. 가는 길이 좀 어수선하지만 매년 겨울이면 찾게되는 바다입니다.
적당히 을씨년스럽고 적당히 한가한 바다.
사람 북적이는 계절이 아니더라도 천천히 천천히 시선을 옮기다보면 나름의 멋이 있는 곳입니다.
해운대나 광안리처럼 과하게 개발된 곳은 오히려 백사장의 규모가 줄어들었습니다. 이렇게 사람의 관심을 덜 받는 곳이 모래사장 만큼은 오히려
더 바다답습니다.
모래밭에 몸을 바짝 붙이고 눈을 지켜뜨면 한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지만 사하라의 사막이 얼추 이런 분위기겠거니, 생각이 듭니다.
사막이 자전거가 이동하기에 적당한 곳이면 참 좋겠는데...
겨울바다를 찾은 연인들의 모습이 정답습니다. 사진에는 못담았지만, 남자는 여자를 업고 젖은 땅을 횡단하였습니다.
남자의 등에 실린 여자의 앙탈이 넓은 바다에 흔했는데, 사람과 사람의 몸이 만나는 접점에서 벌어지는 사태에 대해 몹시 궁금하였습니다.
어제 오랜만에 슈퍼하는 성씨와 통닭집에 들러 술을 먹었는데, 옆테이블에서 술에 취한 여자들의 목소리가 몹시 컸습니다.
사랑에 빠진 여자와 술에 취한 여자는 그것을 숨기기가 힘든가 봅니다.
술에 취해도 사랑에 빠져도 목소리가 크지 않은 여인을 자전거 뒤에 태우고 바닷가를 어슬렁거리고 싶습니다.
그냥 희망사항이 대체로 그렇습니다.
봄이 오고 있습니다. 늘 봄이 오면 좋은 소식을 은근히 기다립니다. 딱히 그럴싸한 소식이 없더라도 꽃이 새로 피고 싹이 다시 돋는다는
것만해도 그게 어딥니까.
황사 없는 찬란한 봄을 막바지 겨울바다 앞에서 기대해봅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돼지머리 편육을 사러 시장에 들렀습니다. 삶은 돼지고기를 좋아한답니다. 시장은 휴일이지만 오가는 사람이 적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녀도 타박하는 이가 없는 시장이 좋습니다.
편육을 파는 좌판 옆에 수면바지가 걸려있었습니다. 겨울이 다 갔으니 폭탄세일중이네요. 다음 겨울엔 몸 전체를 폭 감싸는 원피스
형태의 수면수트가 개발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색상을 알록달록 분홍 말고 남성도 소화할 수 있는 색상이 나왔으면 합니다.
어쨌거나 막상 겨울이 떠난다니 살짝 아쉽네요.
겨울, 안녕.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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