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하게 모여서 여럿이 함께 자전거를 타 본 기억이 참 오래다. 날이 제법 풀려서 겨울이지만 한바탕 페달질에 몸은 쉽게 달구어졌다.
해서 추운줄 모르고 산길을 달렸다. 라이딩을 끝내고 편의점에 앉아 커피를 나누는데, 서로를 부르는 호칭이 좀 별나다.
주례 김사장님, 동원 김사장님, 가야 박사장님, 이총무님, 문현동 조사장님.
어떤 이는 사는 주소가 이름이 되었고 어떤 이는 사는 아파트 이름이 또한 이름이 되었고 어떤 이는 직업이 이름이 되었다.
불쑥 아무개야 하고 이름을 대놓고 부르기 힘든 정도의 나이가 되니 듣기에 겸연쩍지만 다들 팔자에도 없는 사장님이 되어버린 거다.
제일 연장자인 동원 김사장님이 일장연설을 했다.
- 자네들도 내 나이가 되면 알게될 거야. 누군가 불러주고 챙겨주고 찾아주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 오늘 자네들이 이래
앞에서 당겨주고 뒤에서 밀어주니 참 고마버.
문현동 조사장님이 거들었다.
- 하모요. 니미 씨바 늙으니까 하나 둘 인연이 끊어지고 만나자 하는 인간들이 점점 없어지더라꼬. 요새 나는 누가 부르면 총알같이
튀어간다니까요. 안그러면 다 늙어서 어디 가서 누구하고 술 한잔이라도 하겠어요.
- 맞습니다. 이래 같이 어울릴 수 있는 날도 따지고보면 얼마 안남았어요. 되도록이면 다투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야되요.
같이 놀자는 사람 없어지면 그때가 인생 종친 날이라고 보면 되요.
인생이 겨울의 오후처럼 따뜻한 사람의 기운이 사라진다면 잘 살아질 리가 없을 것 같았다. 순간, 모든 형태의 불화와 멀리하고
싶었다. 동시에 조금이라도 불편한 마음이 남아 있는 인연들과 빨리 화해하고 싶었다.
어두운 겨울 오후의 시가지가 벌게지기 시작했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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