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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가까운 그곳, 감천동

자전거 탄 풍경

by 자전거여행자 2011. 11. 27.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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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안쪽의 삶이야 어떤 지경인지 모르지만 그래도 겉으로 드러난 색이 너무 아름다운 감천동입니다. 올 겨울엔 작심하고 골목 깊숙히 

들어가 샅샅이 살펴볼 계획이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아 실행에 옮기지 못했습니다.


더 나은 곳을 찾아 하나둘 떠나던 감천동에 새로운 모색을 꿈꾸는 이들이 드문드문 찾아들고 그들의 노력이 요즘 조금씩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반가운 일입니다.


감천동 가는 길, 배고개에서 건너다 보이는 사하구 괴정의 풍경도 보는 맛이 좋았습니다.



사하구에 접어들면 사하구 특유의 향신료 냄새가 많이 납니다. 장어를 구울 때 식재료에 둘르는 소스에서 나는 냄새로 추정합니다.

요새 무턱대고 맛있는 음식이 생각나면 먹고픈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답니다.


뭐, 이런 심리겠죠.


- 인생 뭐 있나,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동해가 고향일 이 갑각류도 눈에 띄는 순간 침이.



긴 오르막의 끝에서 마주하게 되는 감천동의 풍경입니다. 그냥 여전하다, 라는 수사 말고는 달리 떠오르는 문장이 없네요.

오늘은 그나마 겨울치고는 기온이 많이 풀린 날이라 풍경이 덜 을씨년스러웠습니다.


마을버스의 종착역이자 차고지에서 기사님들이 세차를 하고 있었는데, 이 높은 곳을 매일 운전해야 하는 그들이 대단하다

싶었습니다.


고개가 가팔라 여차하면 브레이크가 못견딜 것 같았습니다.





한숨 돌릴겸 찾아들어간 감정초등학교의 운동장에는 아이들이 다정하게 놀고 있었습니다.


- 아저씨가 사진을 찍고 싶은데 모델이 되어줄 수 있겠니?


- 얼굴은 초상권 때문에 안돼요.


요즘 아이들은 너무 똑똑한 게 흠이라면 흠이죠.



감천동에서 국제적인 행사가 있었나 봅니다. 초등학교 담벼락에 여러나라의 언어로 된 문장과 벽화가 한가득이었습니다.

아시아쪽 아이들과 달리 유럽쪽 아이들의 문장은 너무 조숙하네요.


[네 심장 소리를 따라, 너만의 길을 찾아가!] 이게 아무리 러시아라지만 초등학교 아이 입에서 나온 소리라니...








감정초등학교에서 천마산까지는 자전거로 그리 멀지 않습니다. 이십분 정도면 전망이 좋은 곳에 다다를 수 있죠. 거리가 꽤 떨어진 곳이지만

도회의 소음이 어렴풋이 산꼭대기까지 전달됩니다.


뭔가 세일을 한다는 군요. 그러고보면 우리는 아마도 꽤 심각한 소음을 견디며 도회생활을 버텨내고 있는 걸지도 모를 일입니다.

산 하나를 두고 좌우의 풍경이 너무 차이가 난다는 것을 확인하는 일도 이 높은 곳에서 얻는 재미 중에 하나입니다.


부산의 아름다운 색을 확인하고 싶은 순례자들에게 이곳 감천동을 추천합니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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