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를 향해 가다가 마주친 낙동강변의 풍경입니다. 대기가 불안정하니 구름의 모양이 수시로 변합니다.
바람이 부는 이런 날에 친구가족과 둘러 앉아 나누는 음식과 대화는 찌든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겠죠.
약간 부러워지면서 이 그룹에 끼어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질풍자전거점 운영자는 낯을 몹시 가리는
성격인데다가 진해까지 가려면 미적거려서는 곤란합니다.
셔터 두 번 누르고 자전거에 몸을 싣습니다.
어쨌거나 이발소에 걸어두면 그럴듯해 보이는 사진입니다.
자전거 여행자는 초행길을 무서워해서는 길을 나서지 못합니다. 길을 알거나 말거나 나서기를 먼저하고
물어물어 가면 되는 일입니다. 문제는 찮은씨류의 길치들은 너무 헤맬수 있다는 것이죠.
이날도 예외는 아니어서 대충 산허리를 보고 길을 찾다가 창원마산쪽으로 갈뻔했습니다.
일단 진해 태백동을 찾아가서 안민고개 이정표를 따라 산을 오르면 쉽습니다.
안민고개 초입에서 바라본 진해 시가지입니다. 맞은편 산허리의 임도를 따라 끝까지 라이딩을 할 예정입니다.
그러고보니 이번에 마산창원진해가 통합이 되어서 창원으로 뭉뚱그려졌는데 그러면 진해를 어떻게
불러야 할까요?
진해구...?
진해는 이렇게 산이 병풍처럼 도시를 껴앉고 있어서 군사적인 입장에서 보면 천혜의 입지조건입니다.
장거리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하겠죠.
때문에 최근 언론에 많이 언급된 해군의 주요 시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너무 흔하게 거론되는 시설이지만
그래도 보안상 구체적인 말씀은 못드립니다.
진해 군항제의 이름도 이런 진해의 도시적 특성에서 유래합니다.
이순신 장군님께서 이 바다를 누비셨겠죠.
하늘마루길 작은 매점에서 찍은 풍경입니다.
여기에서 오른쪽으로 꺽으면 본격적인 임도가 시작됩니다.
거의 외길이라 길이 끊어질 때까지 직진 직진입니다. 중간중간 바리케이트는 끌고 넘으셔야 합니다.
길이 끊어진 것이 아니라 계속 이어지니 혼동하지 마시고.
벚꽃이 없는 진해는 화장 안한 민낯의 아는 여성을 우연히 길에서 마주친 것과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노면은 80퍼센트 이상 자갈길입니다. 브레이크를 잘못 쓰시면 뒷바퀴가 측면으로 틀어질 수 있으니 유의하여야 합니다.
폭염이라 중간중간 계곡에서는 아이들이 물놀이 하느라 신이 났더군요.
또다시 물놀이 하는 무리에 끼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역시 갈길이 멀고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으하하...
해오름길에는 메타쉐콰이어가 많습니다. 계획적으로 조림이 이뤄지지 않고서야 이럴 수 없겠죠.
메타...는 [나는 나무입니다.]하고 간판을 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말 나무같이 생긴 나무입니다.
그래서 가끔 크게 매력을 못느낍니다.
성형미인을 보는 것 같아서.
드디어 길의 끝 반대편에 당도했습니다. 멀리 달려온 길이 어렴풋이 보이네요.
짧은 다운힐을 거쳐 다시 부산으로 갈 일이 막막합니다. 마지막 사진 안내판을 확인해야 길이 정확히 끝난 것입니다.
길이 끝나는 지점에서는 바로 국도 2호선과 이어집니다.
이 날 져지와 타이즈는 소금땀으로 하얗게 젖었습니다. 로드와 임도를 합쳐 일곱시간 이상 자전거를 탓으니...
글을 쓰고 있는 월요일 지금 이 시간까지 질풍자전거점 운영자는 요양하는 분위기랍니다.
아... 날씨 참 무덥네요.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