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을 거슬러 자전거로 가다보면 듣기에도 좋고 입으로 주절거려 보면 역시 재미진 마을들과 만나게 됩니다.
대동, 조눌, 월촌, 대감, 매리, 여차...
여간 미친놈이 출몰하여 해괴한 사건을 저지르지 않는다면 아홉시 뉴스 앵커의 입에서 내내 언급되지 않을
그 길을 달려보았습니다.
대동, 조눌, 월촌, 대감, 매리, 여차...
때는 바야흐로 땅이 물을 머금어도 무탈한 계절이 당도한 거였습니다.
궁벽진 땅을 일구는 어머니가 인상적이어서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질풍자전거점 운영자 찮은씨가 악을 쓰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 힘.들.지.않.으.세.요.
- 아이요. 재미삼아 하는 거라.
하기는 이른바 돈이 될 일이 없는 것이 농사일일 테니...
아마도 지금 어머니 세대가 땅과 소통하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마지막 세대가 아닐지.
찮은씨가 저 나이가 되면 동전 넣고 하던 오락실 갤러그를 재.미.삼.아 하고 있을 듯.
흙이 낯선 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아니면 어쩔 수 없는 것인지.
매리에서 바라다보이는 원동의 풍경입니다. 마을 이름이 매리라니... 마을 이름이 참 멋있는데...
갑자기 온동네 암캐는 죄다 메리라고 부르고 숫개는 존이라고 부르던 쌍팔년도가 생각납니다. 물론 본토 발음과 격차가
있는 메리메리 쫑쫑이었죠.
어쩌자고 쌍팔년도의 시멘트 냄새 풀풀 나던 골목의 어른들은 개새끼에게 마리아와 요한의 영어식 발음인
매리와 존을 같다 붙였을까요? 그나마 덕구는 도그의 변형된 발음이니 들어줄만 하지만...
괜히 쫑만 보면 침을 꿀꺼덕 삼키던 동네 아저씨들의 저항의식이 느껴집니다. 으하하...
도시 외곽을 달리다보면 이렇게 길이 자연과 쉽게 공존하는 풍경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그냥 쓸어버리지 않고 비켜가고 되도록이면 살려두고...
낙동강 주변 여차의 매화가 이 정도입니다. 남도의 매화를 구경갈 생각이 있으시다면 다음주말 정도면
적절한 시기일 것 같습니다.
하동과 구례 그리고 광양.
늘 꿈만 꾸고 선뜻 나서지 못하는 길입니다.
게을러서 그런지...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