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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갈치 풍정

자전거 탄 풍경

by 자전거여행자 2009. 10. 26.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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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갈치에서 가장 구석진 곳입니다. 점집 골목 가기 전에 난전에서 참깨 서말이라는 가을전어 굽는 냄새가 가득하였습니다.

세월의 무게를 느낄 수 있는 연탄 화덕과 석쇠.

 

전어의 기름이 뚝뚝 불 위로 떨어지며 풍기는 냄새가 입안에

침을 고이게 만들었습니다.

 

 

 

등 푸른 생선의 비릿한 맛을 언제 느껴봤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천성이 게으르다보니 제대로 준비가 필요한 찬거리는

피하게 되더군요. 끽해야 그냥 까서 먹으면 되는 캔만 찾게 되는 터라 바로 구워 따뜻할 때 밥위에 올려서 먹는 생선반찬이

늘 그리웠죠.

 

자갈치에 오면 벼르던 일이 이 생선구이 먹는 일이었습니다.

 

 

허술한 포장 너머로 자갈치가 보이네요. 바다를 옆구리에 끼고 마시는 소주 그리고 전어구이.

소박하나 맛은 진수성찬 부럽지 않습니다.

 

 

노인과 바다와 소주.

황지우 시인의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있을 거다.]가 떠올랐습니다.

 

어느 날 질풍자전거점 찮은씨는 흐린 방파제에 앉아있을 거다.

 

소주를 꿀꺽거리면서...

 

 

 

모 기업에서 높은 건물을 짓고, 늘 변화 없던 이곳도 개발의 열기가 가득합니다.

크레인이 휴일도 없이 굉음을 내며 작업에 한창입니다.

 

 

점집 골목도 조만간 변화가 있을 듯합니다. 이렇게 사진으로 담아두지 않으면 머지않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겠죠.

 

 

 

주점에 전어를 공급하는 아저씨가 골목길에 접어들었습니다. 갓 잡은 싱싱한 전어가 소쿠리에서 튀어올라

바닥에 떨어집니다.

 

왼쪽의 할머니는 연세가 많은신데 내내 일을 손에서 놓지 않으시더군요.

내일 팔거리를 여러 봉지 나누어서 구매하셨습니다.

 

  

 

 

봉지 속에서 전어들이 어찌나 파다닥거리던지. 소나기라도 한바탕 떨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싱싱한 물고기를 먹으려면 역시 자갈치인 것 같습니다.

 

 

한가해진 시간 잠시 일을 손에서 놓으시고 공사현장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신 주점 할머니입니다.

운영자의 소박한 술상도 그 바닥을 드러내었습니다.

 

전어 잘 먹는 사람은 대가리도 남기지 않는다고 하는데, 찮은씨 비위는 그 정도 경지에 다다르지 못하였습니다.

날이 짧아지니 시간에 비해 빛이 많이 부드러웠습니다.

 

할머니에게 사진 촬영의 양해를 구하니 활짝 웃어주셨습니다.

찮은씨 말고도 다른 이에게 자주 부탁을 받으시는 눈치였습니다.

 

환한 미소를 뒤로 하고 발길을 영도로 돌렸습니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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