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무심코 넘었더니 사람들의 아우성 소리가 멀리서 들렸습니다.
아, 맞다. 플레이오프 1차전이 오늘이었지.
야구는 부산사람에게는 특별한 의미입니다. 운영자에게는 야구도 야구지만 사직야구장이 더 특별한 의미입니다.
워낙 홈팀 스폰서에 대해 실망을 자주 했던 터라 시즌 중에는 관심도 없다가 그래도 본능에 가깝게 아우성의 근원지로
슬금슬금 다가가고 말았습니다.
아시아드 뒷길은 정말 오래간만이었네요.
야구장에 가깝게 접근할수록 인파의 규모는 커져갔습니다.
백합나무 그늘 아래에서 야구장과 관련한 인생의 여러 순간들을 떠올렸습니다.
혈기방장하여 거칠 것 없었던 친구들과 함께 했던 청춘의 야구장, 좌절하여 하릴없이 게임은 보는둥 마는둥하며 숨겨갔던 소주를
한적한 외야에서 혼자 홀짝이던 야구장, 아끼던 사람과의 마지막 시간을 보냈던 탓에 한동안 잘 쳐다봐지지도 않던 야구장.
시즌은 올해도 되풀이되었는데, 그때 그날의 인연들은 여전하게 잘들 지내는지...
자전거가 없었더라면 암표라도 주저하지 않고 구매했을 겁니다.
사람구경하는 재미가 내내 좋았습니다. 더 젊어지고 더 가족적이고 더 흥겨워진 야구장이 또한 보기에 좋았습니다.
실은 올 해 꼭 하고 싶었던 일 중에 하나가 누군가와 야구장에 함께 가는 거였습니다. 어찌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그 시간을 내기가 참 어려웠던
한해였네요.
결국 이 꿈은 다음으로 미루게 되었습니다.
베이스볼 파크에서 벌어지는 사태는 텔레비전 브라운관을 통해서 접하는 야구와는 사뭇 다르답니다.
투수의 볼은 변화구건 직구건 어마무지 빠르게 포수 미트로 날아들고, 평범한 플라이 볼도 죄다 나한테로 날아오는 착각에 등골이 오싹해지고
모두 홈런이 될 것 같은 타자의 타격이 외야수들에 의해 쉽게쉽게 잡혀버리기도 합니다.
심판은 언제나 공공의 적이 되어 화풀이 대상이 되기 십상이죠.
삶이 건조하다고 느껴질 때면 야구장을 찾으시길...
많은 추억이 깃든 야구장을 뒤로 하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새시즌은 내년에도 어김없이 계속 되겠죠?
플레이 볼!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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