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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탄 풍경

by 자전거여행자 2011. 2. 13.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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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막바지다. 온열메트에 의지해 게으름을 최대한 부리다 몸을 일으키니 정오를 훌쩍 넘긴 시간이었다.

나서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막상 자전거에 몸을 실으면 금새 나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산은 바짝 말라서 모든 것이 쉽게 바스러질 것 같았다.

 

 

 

산길을 지나 구포 3동에서 먼데 낙동강을 바라본다. 추운 계절의 구포 3동은 유난히 더 춥다. 그늘지고 바람 찬 곳이

구포 3동이다.

 

가파른 계단이 좀 절망적이다,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초로의 부부 등산객이 하산하는 길에 가위 바위 보를

하며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승자의 웃음이 여유롭다. 도회의 주변 가장 외곽으로 밀려나더라도 이런 작은 여유를 나눌 수 있다면

그래도 버틸만 할 것 같았다.

 

저 동네가 예전에는 말이지...


 

 

어울리지 않게 노르웨이 숲이 있는가 하면 아직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은 오래된 골목이 구포에는 있다.

조화롭지 않다 하더라도 달리 방도가 없었을 것이다.

 

돈이 간섭한 곳에는 부조화와 무리한 것이 일상이니까.

 

 

 

 

 

구포시장에 접어드니 훈훈한 김이 달겨들었다. 기름 세례에 고소한 냄새를 풍기고 있는 부.산.오.뎅.이다.

오뎅을 오뎅이라 부르지 못하고 어묵 타령을 하고 앉았는 방송관계자들의 입시울이 가끔 안스럽다.

 

자! 리쓴 엔 리핏.

 

부... 산... 오... 뎅...

 

 

헉!

 

사진에서 방송의 파급력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확인할 수 있다. 한글 깨우쳤던 그 예전부터 내내 오뎅이라고 부르던 것인데

구포시장 리어카에도 오뎅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즉석어묵이 대체하고 있었다.

 

오뎅의 세월은 가고 이제 어묵의 세대가 당도한 거였다.

 

 

구포시장 초입 엘지슈퍼 근처에 가니 동태 한 마리 천원이라는 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감천항에 벌크로 들어온 것인지 가격이 몹시 저렴하였다.

 

카메라를 들이대니 동년배로 보이는 동태장수가 사진 찍어 달라고 성화였다.

 

 

- 동태도 천원! 내 인생도 천원짜리!

 

안경을 낀 오른쪽 분의 입담이 대단하였는데, 옆에 동업자분도 끌어당겨 손가락을 하나만 치켜세우도록 하여

동태 천원과 인생 천원을 강조 또 강조하였다.

 

- 인터넷에 꼭 올려 주이소... 하하하... 동태 천원! 내 인생도 천원!

 

동태장수의 음성에서 묘한 긍정의 힘을 느낀다.

 

집으로 자전거의 방향을 돌리는데 감기 기운을 느꼈다.

 

길이 길고도 힘들 것만 같았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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