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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차발 구포행

자전거 탄 풍경

by 자전거여행자 2010. 4. 18.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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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주 찾는 곳의 소경입니다. 제대로 된 버스정류장도 없이 아무 담벼락에 걸린 시간표가 오히려 반갑습니다.

물끄러미 시간표를 보다가 도무지 계획대로 돌아가지 않는 인생이라는 놈에 대해서 생각해보았습니다.

시작과 끝은 명확한데, 버스 시간표처럼 정확하지 않아서 대책없는 미련과 근거없는 희망이 가슴 속에서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미 떠나버린 버스는 구포에 근접했을지도 모르는데.

 

 

대파를 심어도 될 공간에 꽃을 아껴 심어놓았습니다. 농사 짓는 이의 풍류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아무도 돌보지 않아도

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는 민들레인데, 이렇게 사람의 손이 들어가 모아 놓으니 나름대로 멋스럽습니다.

 

공간을 경제적인 가치로만 평가하고 일을 벌이면 대체로 멋이 사라지기 마련입니다.

멋이 사라진 곳에 사람은 머물기가 어렵습니다. 해서 멋없는 곳에서는 자극적인 유혹을 일삼아 억지로 사람을

붙잡아 두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보는 눈이 있는 사람은 절대 혹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러나 대파 냄새가 라면 생각을 나게 하는 희안한 도로에서 질풍자전거점 운영자는 자전거를 옆에 누여놓고

초코파이에 생수를 마셨습니다.

 

꽃도 보면서.

 

 

 

 

김해의 시설농업지역은 그 규모가 대단합니다. 방울토마토를 걷어내고 당근을 심은 비닐하우스 옆의 연산홍이 보기에

좋았습니다.

 

생을 마감한 토마토 넝쿨인데, 운수가 좋으면 갓 걷어냈을 때 지나가다가 그런대로 먹을만한 토마토로 입맛을 다실

수 있습니다.

 

버스로 치자면 토마토 넝쿨은 이제 구포에 당도한 셈이죠.

 

 

 

오! 예!

이제 막 여차를 출발한 셈인 당근이 비닐하우스 안에서 익어가고 있습니다. 설마 당근이 열매라고 상상하는

분은 없겠죠?

 

당근 익는 냄새가 솔솔 나는데, 라면 건데기 스프 속의 마른 당근 조각이 연상되면서 또 라면이 먹고싶네.

마음은 자전거 다 타고 집에 가서 라면을 끓여먹을 기세지만, 역시 버스시간표와 같지 않은 인생인지라

질풍자전거점 운영자 찮은씨는 나중에 술타령을 할 듯.

 

 

 

복분자도 이미 구포를 향해 출발하였고 그들은 같은 구간을 오래 반복해서 순환할 것입니다.

배경의 느티나무와 벚꽃나무가 그랬듯이.

 

찮은씨는 느티나무가 만세를 부르며 자전거 타는 이를 환대한다는 착각을 자주 합니다.

길에서 이 나무를 만나면 제일 반갑습니다.

 

그런데 복분자는 산딸기를 한의학에서 쓰는 약명으로 아는데, 열매의 생김새가 요강 엎어놓은 것과

흡사하다 하여 그렇게 부른다는 설이 있고, 열매가 워낙 정력에 좋아 먹고 나서 오줌을 내까리면 요강을 엎어버릴

지경이라 그렇게 부른다고도 하는데 어느 것이 맞을까요?

 

아무래도 그 모양새에 심증이 갑니다만.

 

 

 

도회와 떨어진 곳이다보니 아직 옛날 방식의 이층집이 텅빈채 살아남아 있습니다. UHF안테나로 텔레비전을 시청할

때까지 집은 사람에게 봉사를 하였나 봅니다.

 

버스로 치자면 거의 구포까지 같다가 구포다리에서 시간이 멈춘 것일까요?

 

책가방을 옆구리에 낀 교련복 고등학생 형이 입모양을 새부리처럼 만들어 휘파람을 휘익 불고 지나가면

갈래머리 누나가 신경질을 내며 문을 탁, 하고 닫을 것만 같습니다.

 

사진을 찍고 있는데 동네 초등학생이 안녕하세요? 뭐하세요? 하며 아는체를 합니다.

인사성 제로인 찮은씨는 요즘 어린이들의 밝은 인사성에 가끔 당황합니다.

 

야!

 

모르는 사람에게 왜 할일없이 인사질이야. 내가 동네 찮은씨라고...

 

 

 

새우맛 나는 과자와 고래의 식량 맛이 나는 과자의 유통기한이 걱정되는 오래된 점포가 괜히 사무칩니다.

동네가 흥했을 때는 담배도 보루째 진열되어 있었을 터이고 삼엄한 창살이 재기능을 했을 텐데, 이제는 일부러 찾는

자전거 여행자가 아니면 쉽게 눈에 뜨이지도 않는 궁벽진 곳에 숨어 있는 가게입니다.

 

가게와 더불어 세월을 같이 한 주인 할머니는 종착지 구포가 그리 달가울리 없겠죠.

 

남일 같지 않아서리... 크...

 

  

끝물인 벚꽃을 뒤로 하고 자전거와 찮은씨가 구포에 가까워져 갑니다.

때는 바야흐로 자전거타기 최고로 좋은 계절.

 

어떻게 될값에 일단 자전거는 타고 볼 일이라고 생각하는 질풍자전거점 찮은씨였습니다.

 

그럼.

 

 

 

자전거 여행에 참고로 하면 좋은 책
자전거 여행
김훈 저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자전거여행 전국편
김병훈 저
우리나라 해안여행
농림수산식품부,한국어촌어항협회 공저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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