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도 1022 잡생각 대폭발!
매화축제를 비롯해 꽃구경하기 좋기로 유명한 부산 근교의 [지방도 1022]의 풍경들입니다. 양산, 물금, 원동, 삼랑진...
투표를 마치고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했습니다.
경부선 철길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길인데 제법 오르막이 많아서 꽃을 구경할 수 있는 계절이 아니면 사실 한가한 도로입니다.
더 넓고 더 빠르게 갈 수 있는 다른 도로가 많아서 평소엔 한적하다가도 이렇게 꽃이 피는 계절이면 가끔 차가 막히기도
합니다.
농원에서 밀려오는 꽃의 향기가 꽤 짙어서 눈도 즐겁고 마음도 즐거웠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저녁에 돌아가면 좀 좋은 소식이
있을 줄 알았는데, 기대와는 달리 다시 현실정치의 커다란 장벽을 확인하고 말았네요.
정치적 편향은 없지만 그래도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져야하거나 심판을 받아야 하는 조직이나 집단이 오히려 거꾸로 동정과
옹호를 받을 때 이런 사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기록하여야 할지 난감해집니다.
민심... 민심의 실체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별 잡생각을 다 하고 앉았네요.
퇴락한 삼랑진의 농가에 피어난 연산홍의 붉은색이 자전거여행자의 발길을 붙잡습니다. 삼랑진은 딸기로 유명한 곳입니다.
길가에 수확하여 진열해 놓은 딸기에서 달달한 향이 도로를 매우고 있었습니다. 딸기가 끝물일 때 삼랑진을 찾아 저렴한 비용으로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가 먹고 싶은 만큼 따서 친구들과 먹은 적이 있습니다. 희안하게도 딸기는 소주 안주로 그만입니다.
딸기 그릇을 하나씩 꿰차고 소주잔을 기울이던 모습을 생각하니 저절로 웃음이 납니다.
양수발전소 가는 길에 벚꽃도 참 보기 좋았습니다.
세어보지 않았지만 오르막이 자주 나타납니다. 오르막의 길이도 만만치 않아서 힘도 들었구요. 국수를 파는 포장마차에서
삼랑진댐을 바라보면서 땀을 식혔습니다.
높은 곳이라 귀가 먹먹하기도 하고 몸이 힘들어서인지 두통도 생기고. 뭐랄까, 요즘 자전거를 타다보면 예전 같지 않구나 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긴 내리막의 끝에 아름다운 마을 원동의 초입이 나타납니다. 멀리 보이는 산들을 몇구비 넘어야 부산으로 갈 수 있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이 요즘 참 길게 느껴집니다.
자전거 탈 때는 그날 그날 흥얼거리게 되는 노래가 늘 바뀝니다. 그래도 이렇게 집에 가까워지면 한결같이 떠오르는 노래가
김윤아의 [고잉 홈]입니다. 그러나 오늘은 마야의 [나를 외치다]가 떠올랐습니다.
아, 마야는 여성 록보컬 중에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말 음악을 너무 잘합니다.
1. - 마야
새벽이 오는 소리 눈을 비비고 일어나 곁에 잠든 너의 얼굴 보면서
힘을 내야지 절대 쓰러질 순 없어 그런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는데
꿈도 꾸었었지 뜨거웠던 가슴으로 하지만 시간이 나를 버린 걸까
두근거리는 나의 심장은 아직도 이렇게 뛰는데
절대로 약해지면 안된다는 말 대신 뒤쳐지면 안된다는 말 대신
지금 이 순간 끝이 아니라 나의 길을 가고 있다고 외치면 돼
2.
지쳐버린 어깨 거울 속에 비친 내가 어쩌면 이렇게 초라해 보일까
똑같은 시간 똑같은 공간에 왜 이렇게 변해버린 걸까
끝은 있는 걸까 시작뿐인 내 인생에 걱정이 앞서는 건 또 왜일까
강해지자고 뒤돌아보지 말자고 앞만 보고 달려가자고
절대로 약해지면 안된다는 말 대신 뒤쳐지면 안된다는 말 대신
지금 이 순간 끝이 아니라나의 길을 가고 있다고 외치면 돼
문화유산답사기로 유명한 유홍준 교수가 극찬한 원동역과 낙동강변의 풍경입니다. 아름다운 기찻길로 이름을 날린 곳이고 역사
주변의 꽃이 아름답기로도 유명합니다.
흐르는 강물과 원동역은 변함이 없군요. 그런데 과연 우리 국민은 우리 역사의 흐름을 옳은 방향으로 이끌어 갈 역량이 있는 것일까요?
사실 자전거여행자처럼 기성세대에다가 적당히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어떤 정치집단이 권력을 획득하든 대한민국이
유지되는 한 살아가는데 별 영향이 없습니다. 오히려 젊은세대들은 더 국가의 보호과 지원이 필요하고 더 당당히 요구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해야 합니다.
육십퍼센트를 넘기지 못한 투표율은 참으로 비극적입니다.
풍경을 정리하며 글을 쓰고 있다가 자꾸 잡생각이 끼어드네요.
요새 그냥 잡생각이 많아요.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