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폈네요.
꽃이 폈네요.
날이 추워서 올해는 꽃구경하기 어렵겠다 싶었는데 며칠전만 해도 꽃필 기미가 없더니 눈깜빡 하고 나니 그새 활짝 폈습니다.
이런걸 보더라도 정해진 흐름이나 순리는 참 거스르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올해 군항제 행사 주체측의 입장이 참 곤란하겠습니다. 축제기간은 얼마 남지 않았는데 꽃은 오히려 이제 피기 시작했으니.
아마 다음주 주말쯤이면 꽃이 절정에 이를 것입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벚꽃의 절정은 옅은 분홍의 흔적마저 완전히 날아가 새하얗게 변한 꽃잎이 봄의 햇볕을, 변덕스러운
봄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하나둘 떨어질 때가 아닌가 합니다.
해서 제대로 된 꽃구경이라고 한다면 표표히 떨어지는 꽃잎을 바라보면서 맥주 한잔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꽃잎이 떨어지는 속도에
맞추어 들이켜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고보니 오늘이 부활절이군요. 성서 복음서 내용에 의하면 예수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고난과
십자가형을 이겨내고 죽음에서 유일하게 부활하였다 합니다. 마치 긴 겨울의 추위를 이겨내고 화려하게 꽃피운 나무처럼 그의 생애는
자연과 닮은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물로 세례를 받고 다시 태어났던 그가 죽음마저 이겨내고 부활하였을 때의 순간은 인간이 그려낼 수
있는 가장 드라마틱한 순간이었겠죠. 이 일이 기적이었던 것처럼 오늘 내 눈앞에 벌어진 꽃의 사태는 매년 반복되었지만 그래도 명백히
기적입니다.
삶이 순탄치 않고 힘들다 싶으면 이제 곧 부활의 시점이 다가왔다고 오해(?)해도 되겠죠? 나무가 겨울을 이겨냈듯이 예수가 고난과
죽음을 이겨냈듯이.
신이시여, 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
그러거나 말거나 나무그늘 아래에 퍼질고 앉아서 떨어지는 꽃잎의 박자에 맞추어 맥주를 마십시다. 2012년 봄, 기적의 순간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보자구요.
할렐루야!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또 분다. 내 마음속에도 또 바람이 분다.
기온이 급하게 상승한 탓에 가벼운 복장이었는데도 추운줄 모르겠는 봄날이었습니다. 바람이 세게 불어도 오히려 시원하게 느껴지는
것이 계절의 변화가 참 느닷없습니다. 해가 갈수록 봄이 부쩍 짧아지는 것 같습니다. 사람을 기분좋게 하는 이런 날씨도 곧 끝이나고
냉방기가 없으면 버티지 못하는 여름이 곧 다가오겠죠.
짧고도 기적같은 봄을 알뜰하게 즐겨야겠습니다.
자주 봐서 귀한 줄 모르고 살지만 삼락공원의 갈대밭은 규모로 보나 뭘로 보나 참 대단한 광경입니다.
낙동강으로 오시면 이 모든 것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낙동강으로 꽃구경, 바람구경, 사람구경하러 오세요.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