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탄 풍경

[제주표류11]월정리 바다, 그 의자에 앉아서

자전거여행자 2012. 3. 23. 20:52



20. 월정리 바다, 그 의자에 앉아서


제주시로 방향을 잡고 나니 우리에겐 그저 자전거 레이싱만 남아 있었다. 전국일주여행자의 안색은 어두웠고 바람 때문에 자전거의

중심이 흔들릴 때마다 알 수 없는 대상에게 소리를 빽, 하고 질렀다. 우도가 아닌 다른 바다는 그의 안중에 없는 것 같았다. 그는

그나마 바람이 덜한 일주도로로 가고 싶다고 해서 그렇게 했다.


지금까지 그의 뒤를 따르던 나는 장거리 자전거 라이딩에 있어 페달링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두시간 가량 그에게 시범을 보여

주었다. 보고싶었던 월정리의 바다로 진입하는 갈림길이 나타나자 그를 기다렸다가 말했다.


- 아무래도 바람이 너무 불어서 전국일주여행자님은 이렇게 일주도로를 따라서 제주시까지 가세요. 저는 잠시 보고싶은 바다가 있어서

해안도로로 들어가야 겠어요. 제주시에 도착하면 제가 연락드리죠.


막상 헤어지자는 제의를 하자 전국일주여행자는 정색을 하며 같이 가겠다고 했다. 


경험한 제주의 바다 중 가장 맞바람이 심하고 모래바람이 심한 곳에서 표류자와 전국일주여행자는 각자의 사진찍기에 몰두했다.

덕분에 이번 여행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컷을 얻을 수 있었다.


도로 중앙선에서 월정리의 바다를 우두커니 바라고 있는 의자를 찍는데 족히 한웅큼의 모래가 카메라 렌즈로 덮쳐왔다.


시야는 물론이고 호흡과 마음마저 질식할 것 같았다.


악착같이 페달을 밟은 나와 전국일주여행자는 제주시에 도착해 예의 그렇듯이 몇번을 헤매다 숙소를 잡고 저녁을 먹고 연속성 없는 

대화를 한동안 나누다가 잠에 빠져들었다. 표류를 시작하고 매번 하루에 두시간 이상을 자본 적이 없는 표류자였다.


월정리 바다에서 뛰어노는 꿈을 꾸다가 새벽에 잠이 깨곤 했다.







자전거 표류 팁


- 자전거 타기 최대의 적은 맞바람이다. 기어비를 가볍게 해서 라이딩해야 중심도 잃지 않고 힘도 덜 든다.


- 장거리 라이딩을 하다보면 근육자체가 완전히 이완되어 힘을 쓸 수 없는 상태가 될 수 있는데 틈틈이 쉬면서 초코파이나 기타 행동식을 먹고 

물을 마셔라. 그래야 계속 자전거를 탈 수 있다.


- 소금기 가득한 바다바람과 모래바람이 종종 불어대니 카메라를 닦을 수 있는 융을 준비해 두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