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탄 풍경

가을은 간월재, 다시 그 산고개에 올라

자전거여행자 2011. 10. 23. 22:04

 

 

가을은 간월재, 다시 그 산고개에 올랐다. 이 계절이 다시 돌아오면 자신있게 추천하고 싶은 곳이 영남알프스 하고도 간월재이다.

언양에서 작천정을 따라 올라가다 알프스산장 앞 개울을 지나면 간월재임도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멀리 목적지가 나를 겁박하고 있었다.

 

아직 단풍이 완전히 물들지 않았고 오부능선까지 울긋불긋한 기운이 희미한 띠를 형성하고 있음을 눈으로 확인하였다.

다다음 주 정도면 온산이 산불을 방불케할 정도로 단풍이 절정을 이룰 것이다.

 

 

 

아름다운 작천정 계곡에 접어드니 마시는 공기의 기운 자체가 도회의 그것과 차이가 있었다.

맑고 깨끗하다는 표현 말고는 달리 떠오르는 수사가 없다. 피서철에 그렇게 시끄럽고 사람 북적이던 그 계곡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자연을 보존하지 못한다면 나라에 귀중한 자산이 통째로 거덜이 나고 마는 것이다.

 

나는 괜히 침도 함부로 뱉지 못하겠는 거였다.

 

 

 

 

간월재임도는 90퍼센트 정도는 오르막의 연속이어서 산악라이딩의 경험이 부족한 사람이면 조금 고생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쉬엄쉬엄 물도 마시고 가쁜 숨도 고르면서 오르더라도 두시간 안쪽으로 정상까지 라이딩이 가능하다. 오히려 초반에 너무 무리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운영자처럼 요령이 없는 사람은 부산에서 도로라이딩까지 한 후에 산을 올라서 더 힘이 들었을 것이고, 차량을 이용해 언양까지

이동한 후 라이딩을 시작하면 의외로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한구비 또 한구비 고개를 넘어가자 단풍의 기세와 맑은 공기의 서늘함이 한층 더해갔다.

 

 

 

 

오랜만에 목구멍에서 올라오는 피냄새을 맡으며 산을 올랐다. 숨은 가쁘지만 자전거를 탄 사람의 영혼을 굴복시킬 정도는 아니었다.

안장에서 내리지 않고 이 죽일놈의 오르막을 끝내 넘어가고야 말겠다는 근성 따위를 운영자 혼자 이름붙여 라이딩혼이라 한다.

 

혼을 불사르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부르는 것 같았다.

 

- 여보시게...

 

나는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자전거 안장에서 내렸다. 뒤에는 이 지경의 산이 나를 부르고 있었던 거였다.

 

 

 

 

지나온 길이 구절양장이 따로 없다. 간월재임도는 그 구비구비의 사납기가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상 바로 아래부분에서

사람의 진을 더 빠지게 하는 코스가 남아 있다. 해서 초반에 너무 힘을 쓰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 것이다.

 

그저 흔하디 흔한 단풍이 아니라 산에 무슨 큰일이 벌어진 것 같았다.

 

 

 

 

오르막의 끝에서 내려다보이는 산아래 마을이 남의 일 같았다. 나는 산물을 소처럼 들이켰다. 그리고 머리속에 일체의 언어를 떠올리지

않고 눈에 들어오는 풍경 그대로를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간월재, 나는 다시 그 산고개에 올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올렸다.

 

그들에게 11년도의 숨막히도록 아름다운 간월재를 다시 전한다.

 

부디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길...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