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가는 날
사람이 참 우둔해서 정말 소중한 것은 소중한 줄 느끼지 못하고 살 때가 많다. 꽤 오래 병원에 신세를
지지 않고 지내다보니 건강의 소중함을 잊고 살았던 거였다.
웃을지 모르지만 외과수술을 받을 일이 아니면 병원을 찾지 않고 산다. 이유는 더 웃을지 모르지만 나라의
의료보험 재정이 적자라는데 감기나 소화불량 혹은 피부 트러블 따위의 일로 재정에 부담을 줄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오년 주기로 수술이 불가피한 일이 몸에 발생하니 병원과 외과의의 신세를 지지 않을 수 없다.
몸에 이상이 발생하니 일상이 한꺼번에 무너지고 만사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혼자 사는 사람은 어쩌다 병원 한 번 가는 일에도 꽤나 절차가 복잡한 법이다. 경험상 수술실에서 벌어지는 돌발상황은
의외로 다양하다.
어찌될지 몰라 냉장고에서 남은 음식을 꺼내어 모두 먹어치웠다.
먹다남은 치킨, 오래 두면 상할지 모르는 토마토... 기타등등. 그리고 경건한 마음가짐으로 종합소득세 신고를 했다.
기장의 의무가 없어 매출과 표준경비율에 따라 늘 그러했듯 직접 신고를 마쳤다.
혹시 입원이 길어지더라도 내가 해야 할 일은 그럭저럭 처리가 끝난 것이다.
옷이라고 해봐야 온통 자전거용 져지와 타이즈가 대부분이라 저절로 한심한 웃음이 입가에 머물었다. 그중 가장 깨끗한
옷을 차려입고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 올 때면 아픈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은지 한숨이 나기도 하고 접수를 하기 위해 기다리다보면 마음을 다잡게 된다.
자전거 열심히 타서 나중에 내가 저 나이대가 되더라도 병원 신세는 되도록 지지 말아야지.
지루한 접수 대기 검사를 거쳐 외과과장과의 진료는 언제나 너무 짧다. 수술은 경과를 보면서 적절한 시기에 하기로 하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였다. 병원에 가기 전에 불안하고 바빴던 마음과는 달리 너무나 허무한 결론.
환부에 주치의가 생기니 일단 마음에 안정이 오고 늘 그러했던 일상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그러고보니 내가 아프다는
사실을 누군가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지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아픈 곳을 발견하고 난 요며칠, 건강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꼈던 나날이었다.
혹시 아픈 곳이 없는 사람이라면 많이 감사해야 할 일이다.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