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탄 풍경

봄의 일상

자전거여행자 2011. 4. 16. 22:40



자전거점 근처 적당한 길이 있어 이틀에 한 번은 빼먹지 않고 자전거로 오른다. 이미 때는 꽃이 견디지 못하고

떨어지는 늦봄이다.


오르막의 모퉁이를 돌면 느닷없이 사람을 놀래키는 하얀색이 반갑고도 아쉽다.



겨울엔 부산답지 않게 제법 눈이 쌓여 사람을 놀래키더니 꽃이 비처럼 떨어지는 이 길이 요즘은 사람을 쓸쓸하게

만든다.


꽃의 역사는 내년에도 반복되겠지만, 역시 사람의 일이란 후일을 반드시라는 이름으로 기약할 수 없는 일이다. 

때문에 사람의 일에 관하여서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고 머리로는 다짐하지만 돌이켜보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 같다.



카메라와 잡생각을 거두고 정신을 차린다. 아홉시 반에 자전거점에 들를 손님이 나에게는 있다. 


약속이 없었더라면 떨어지는 꽃잎 아래에서 한참을 놀았을 거다.



늘 들르는 약수터 앞에 꽃이 유독 희었다. 굽이길 응달진 곳의 꽃이기에 더욱 그렇다. 카메라를 들고 다니다보니

언제부턴가 이런 곳을 감각적으로 포착하는 능력이 발달되어 버렸다.


산그림자의 배경이 꽃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나무 아래에서 메마른 몸에 물을 들이켰다.



꽃은 떨어지고 물이 흘렀다.

물이 흐르고 꽃은 떨어졌다.




클릿슈즈 예약 손님이 가고 호용씨 커플이 자전거점에 들렀다. 호용씨 커플에게 받는 사랑이 너무 크다. 언제 어디에서든

사랑을 받는 일에 익숙하다가 갚을 길이 난망하여 사람을 피하며 살았다. 한 십년을 그렇게 살았는데 이 마음 착한 사람들은

자전거점 운영자가 제대로 해준 것도 없는데 마음 씀씀이가 한결같다. 


그래서 오늘은 생색을 냈다.


- 운영자가 에어콘을 설치했거든... 두사람 오면 이번 여름에는 완전 얼려버리겠습니다.



운영자가 그냥 한 번 해본 이야기도 기억해두었다가 챙겨주는 두사람인데 전생에 무슨 인연이었을지.

원래 사랑은 반드시 양방향으로 교통하는 것은 아니어서 운영자는 다른이에게 두사람 흉내를 내보려고 궁리중이다.


다만 운영자는 성격이 쌀쌀맞고 괴팍해서 전망이 썩 밝지만은 않다.


꽃이 지고 있으니 이내 날은 후텁지근한 시절이 당도할 거다. 요령부득하여 미련하게 살던 여름날은 가고

이제 내 손엔 에어콘 리모콘이 들려있다.


정말 몇 안되는 소중한 사람들이 자전거점에 들르면 미친듯이 누를 것이다. 


에어콘 리모콘을...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