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사 절집 풍경
12월의 절집 풍경이 쓸쓸합니다. 해가 짧은 계절이어서 조금만 게으름을 부려도 멀리 나가기가 부담스럽습니다.
산을 끼고 있는 부산이다보니 늦게 나서도 절집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서 나쁘지 않았습니다.
모처럼 과하게 풀린 날씨 탓에 추운줄 모르고 자전거로 산길을 달려봅니다.
마사토와 타이어가 만나 바스락거리는 작은 소음, 숲에서만 맡을 수 있는 향기 그리고 속도를 내면 국경의 밤에서나
들을 수 있을법한 바람소리가 자전거 타는 사람의 친구들입니다.
절집 굴뚝에서 나무를 때어 음식을 만드느라 연기가 오르고 있었습니다.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연기 냄새를 일부러 맡았습니다.
절집 굴뚝을 볼 때면 괜히 마음의 근심거리도 태워서 연기로 날려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동안거에 들어가 수행중인 승려들의 일상이 부러워진다면 실례겠죠?
시주한 기와에 담긴 기원문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납니다. 소원성취,사업성취,건강성취까지는 모르겠는데
난데없이 여.자.성.취 라니...
불교가 여타 종교처럼 닥달을 하지 않고 편안한 분위기를 던져주는 탓에 기원문에서도 우스개가
허락되었나 봅니다.
다 좋은 일입니다.
세월의 더께가 한눈에 보이는 대웅전입니다. 신자들이 건물을 향해 합장하고 예를 표하였습니다.
질풍자전거점 운영자는 불교식 예절에 상식이 없어 그리 하지 못하였습니다. 문화유산 답사기로 유명한
유홍준 교수가 아내에게 이런 불교식 종교의례의 불합리에 대해 타박을 하였더니 아내분의 대답이
대단하였습니다.
요지는 불상이나 탑, 건물같이 생명 없는 하찮게 보이는 것에 사람이 몸을 낮추어 절하는 행위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는 거였습니다.
겸손함의 체화라는 깊은 뜻에는 동의하는 바이나 자전거점 운영자 찮은씨는 앞으로도 절을 하는 일은 내키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바람에 뎅그렁거리는 풍경소리가 마음을 끌어당겼습니다.
12월을 잘 못견디는 성격인데 벌써 이렇게 마음이 쓸쓸해서야 남은 12월을 어떻게 버틸지 고민입니다.
더 고즈넉한 절집이나 부지런히 찾아다니면 괜찮을려나...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