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해수욕장, 잊혀진 바닷가
부산에서 해수욕장으로는 가장 먼저 문을 연 송도해수욕장입니다. 지금은 해운대, 광안리, 송정 해수욕장에
밀려 찾는이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계절 탓도 있겠지만, 부산 서구라는 구도심의 쓸쓸함까지 겹쳐 자전거 여행자의 마음을 조금 무겁게
만들었습니다.
철 지난 해수욕장을 자전거 타고 일삼아 어슬렁거렸습니다.
외부 관광객은 물론 흔한 친구끼리의 나들이객들도 찾아 보기 힘든 휑한 백사장을 보며 사람만 늙고 소멸해가는
것이 아니라 사물도 비슷한 길을 걸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뭐든 한 번 생명력을 잃으면 것잡을 수 없는 것인가 봅니다.
한 때 생활오수로 악명이 있었던 바닷가인데 그간 관리를 잘했던지 바위만 들추면 고둥이 잡힌다며
아저씨들이 좋아들 하였습니다.
그렇죠.
어쨌든 조금씩이라도 이 바다의 매력이 알려져서 예전 만큼은 아니더라도 너무 쓸쓸하게 방치되지
말았으면 합니다.
해안선을 따라 안남공원으로 연결되는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었습니다.
걷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코스가 될 듯합니다.
바다를 오래 바라보면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 어느 작가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사랑받고 싶어하고 인정받고 싶어하며 실은, 다정한 사람과 사랑을 나누고 싶어
한다. 그 이외의 것은 모두가 분노로 뒤틀린 소음에 불과하다.]
정말 뜬금없이 떠오른 그 작가의 견해를 똘똘 뭉쳐 풍경을 향해 집어던지고 말았습니다.
소음은 내지 않았습니다.
안남공원을 향해 자전거에 다시 몸을 실었습니다. 상록수 숲에서 달달한 나무향이 났습니다.
침엽수 숲에서 나는 나무향은 상큼짭짤합니다. 활엽수 숲에서 나는 나무향을 솔직담백하다고 하면
웃으실 건가요?
죄송합니다. 썰렁해서...
읽는분들의 예상처럼 질풍자전거점 운영자가 가끔하는 말장난이었습니다.
타이어에 의해 바스러지는 낙옆의 소리가 계절이 막바지에 당도했음을 알려주었습니다.
긴 겨울만 남았다, 생각하니 더 힘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월동준비! 월동준비! 월동준비철저!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