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학산 갈대밭
갈대가 제철입니다. 간월재를 계획했다가 늦잠 자는 바람에 가까운 승학산으로 향했습니다. 구덕터널 방향으로
가다 터널 가기 전 대남병원 가는 오르막을 따라 오르면 꽃마을에 당도하게 됩니다.
꽃이 제철이 아니다보니 꽃마을엔 꽃향기 대신 사육용 개냄새가 진동하였습니다.
지루하게 이어지는 오르막 또 오르막.
서대신4동의 막걸리집엔 잔을 치는 등산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구덕산 정상 부근에서 바라다보이는 풍경입니다. 높이를 가늠할 수 있겠죠.
기상관측소에서 멀리 승학산 갈대밭이 보입니다. 등산로 대신 약간의 다운힐을 하다 나무계단을
오르면 사람 키높이의 갈대밭 사이를 거닐 수 있습니다.
아름답습니다. 오르막 오르느라 흘린 땀을 한 번에 보상 받는 풍경 앞에서 자전거에게 고마움을 표합니다.
걷기를 싫어하는 질풍자전거점 찮은씨는 자전거가 없었더라면 이 좋은 풍경을 평생 못보고
살 뻔 했습니다.
이런 풍경을 배경으로 산상에서 음악회가 벌어지면 그 또한 장관일 것 같습니다.
나라의 온갖 재인들이 모여서 노래와 연주로 한바탕 놀이판을 펼칠 때 갈대가 호응하여 몸을 흔드는
상상만으로도 괜히 흥분됩니다.
갈대밭에 의해 걸러진 산물을 마시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 백양산의 암반을 통과한 물맛과는 확연히 차이가
있습니다.
땀을 많이, 아주 많이 흘려서 이렇게 산물로 보충하면 몸에 조금은 이롭지 않을까요?
조금이라도 좋았으면 합니다.
조금이라도.
갈대와 나.
나와 갈대.
갈대를 찍기 위해 출사를 나선 포토그래퍼 한 분이 역광 포인트에서 계속 촬영을 하시길래 덩달아
찍어봤습니다.
오늘은 바람이 불지 않았지만, 세게 바람이 부는 날 갈대들이 일제히 반응하는 모습이 기대되는
곳입니다.
부산은 구 하나마다 산을 하나씩 끼고 있습니다. 이곳저곳 다니면서 늘 매력적인 도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벼운 차림으로 나서도 바다와 산 그리고 강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은 흔치않겠죠.
하산은 사하구 당리동 쪽으로 했습니다. 굵은 자갈 때문에 제동이 되지 않아 상당히 위험합니다.
미리 감속하지 않으면 자전거의 조향이 흔들려서 낙차사고의 위험이 있으니 주의하셔야 합니다.
나무같이 생긴 나무, 메타쉐콰이어 숲길을 뒤로 하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합니다.
말이 복귀지 요즘 일상에 발을 디디지 못하고 마음은 늘 더 먼곳에서 서성이고 있는 질풍자전거점
운영자였습니다.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