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좋지 아니한가?

자전거여행자 2010. 10. 7. 00:55

자전거점 찮은씨 오늘 점심은 라면을 끊여 먹을 태세다.

전기곤로에 양은냄비를 올려놓고 삼양 쇠고기면 봉지를 살핀다.

삼양라면은 역시 라면의 원조다. 거기다 면발이 얇은 탓에 살짝 꼬들한

라면을 만들기 좋다는 것이 찮은씨가 처음으로 꼽는

삼양 쇠고기면의 미덕(美德)이다. 거기에다 MSG무첨가라니...

 

  

찮은씨, 늘 보던 봉지 뒷면의 조리법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작은 생수병의 용량이 500미리리터인지라 물조절을 생수병으로 하면

설명서에 충실한 라면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평소 찮은씨의 지론이다.

 

축사가 너무 가까워서 음용수(飮用水) 기준에 적합한지 늘 의심스러운

약수터에서 떠온 생수 500미리리터를 정성스럽게 냄비에 부은 찮은씨.

식성에 맞게 김치,파,계란을 넣으라는 조리법을 죽자고 쳐다본다.

 

  

- 물 오백미리 기준으로 김치 혹은 파, 계란을 넣었을 경우를 고려했고,

나같이 밥을 말아 먹지 않는 상황이라면 스프를 조금 적게 넣어도 되는거지.

 

찮은씨가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을 때, 언제 나타났는지 옥니 번득이며

택시기사 이기사 싱글벙글 하며 참견이다.

 

- 사좡뉘임... 롸면은 역쉬 군대시절 반합에 넣어서 빼취카에 약 삼초 정도

끓인 롸면이 대끼리라요. 오래 끓이면 곤죽이 되는기라요. 강한 불에 짧게

끓여내야 최고의 라면맛이 완성되는 거거든...

 

이 때 세상의 모든 낯선 이들과 늘 접속하고파서인지 무전기를 휴대하고 다니는

씽씽데쓰 나타나더니 연이어 한마디 거든다.

 

- 그러니까 사장! 우리 이 삼양라면이 말이지 원래는 농심을 쩜쩌먹는 브랜드

였다니까, 그런데 그 우지(牛脂)파동으로 인하야 고난의 길을 걷게 되었으니,

그 아니 안타까운 일이겠는가. 뭐, 어쨌든 젊은이가 원조 삼양라면의 그 깊고

깊은 맛을 잊지 않고 이렇게 고단한 자전거점 업무에도 일식으로 용(用)하는 것을

보니 역시 전통의 힘은 대단한 것인데, 역시 그래도 라면에는 김치가 첨가되어야

제맛 아니겠는가? 에... 또... 그러니까 라면이라는 것이 형님 먼저 아우 먼저

하다가 오동통한 내 너구리 뭐 이러다가 매울 신(辛) 이러면서 그 여세를 몰아

덧붙이자면 일요일엔 역시 뭐니뭐니해도 짜파게티 아니겠는가?

 

그에 필적하는 짜짜로니는 또 어떻고...

사연이 구구절절 다양한 것인데, 그 점에 대해서 같이 깊이 논해보시려는가?

 

지나가던 머리숱 많은 에르파마 한마디 거든다.

 

- 보소, 거 다 씰데 없는 소리요. 배고플 때, 묵고 싶을 때 팍! 끼리묵으면

최고 좋은 맛이 나요. 마, 우리는 이거저거 따지는 거 싫어하거든.

생각날 때, 땡길 때 팍 조지야 제맛이 나는 거거든...

 

언제 왔는지 자전거 잡소리로 늘 고민하던 사상도서관 학구파도 가만 지켜보다가

이에 뒤질세라 치고들어오는데.

 

- 사자앙님, 라면 끼리는 거 그거 별 거 아이던데요. 인타네또 하고 책에 다

나와있던데요. 뭐, 별거 아인거 가꼬 고민하고 그러지 마이소.

라면 끼리는 게 무슨 대단한 기술이 필요한 거라고 그래 고민하십니까? 마! 내가 끼리주까요?

 

자전거점 찮은씨 전기곤로를 끄고 컴퓨터 앞에 앉더니 저장해 놓은 음악을

세게 트는 거였다.

 

스피커에서는 [크라잉넛]의 [좋지 아니한가?]가 흘러나왔다.

 

4년전 질풍자전거점 풍경이 이랬습니다. 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