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탄 풍경

시례마을

자전거여행자 2010. 9. 23. 22:36

 

 

낙동강 둔치 너머로 보이는 가을 하늘입니다. 파랗고도 맑습니다. 모름지기 가을이라면 하늘이

이러해야 마땅합니다.

 

여름은 너무 잔인하게 더웠고 비는 잦았습니다. 내년이 올해와 같다면 정말 도망이라도 치고 말 겁니다.

 

 

추석날에 어울리지 않게 비가 내리더니 오늘은 공기부터 상큼합니다. 자전거 여행자에게는 이런 날씨보다 더

좋은 것은 없습니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것이 이렇게 소중할 수가...

 

몸이 내놓을 수 있는 모든 힘을 자전거에 실어버리고 싶었고, 또 그렇게 했습니다.

 

 

명절 즈음이라 평소에는 한가하던 길에 깨끗한 차들의 왕래가 잦았습니다. 어떤이가 정했는지 모르지만

날짜 하나는 잘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회의 풍경에 익숙하다가 명절을 핑계로 안구정화(?)를

하는 거죠.

 

내내 습기와 더위에 몸이 익숙해 있던 터라 벌써 가을이 성큼 다가와 있었는지 몰랐습니다.

 

 

내일 모레 하고 있나요?

서두르세요. 올 가을은 유난히 짧을 것만 같습니다.

 

질풍자전거점 찮은씨는 반드시 가을에 좋은 곳에 갔다 올 겁니다.

 

 

지친 몸을 추스리며 고분군 울타리에 기대어 물을 마셨습니다. 문자만 보면 닥치고 읽고 보는 평소 습관대로

눈을 이리저리 굴렸습니다. 어린아이가 태어나면 머리를 눌러 편두를 만드는 풍습이 가야에도 있었군요.

 

찮은씨는 이 풍습이 북방계통의 풍습이고 주로 신라의 귀족계급에서나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멀쩡한 머리를 눌러 차별성을 부곽하기 위한 행위이므로 만약 당시 가야에 편두 풍습이 있었다 하더라도 귀족계급에서나

있었고 일반 서민계층에서 따라했을 수도 없고 할 필요도 없었을 것 같습니다.

 

으...

 

지나친 잡생각은 자전거 여행을 망칩니다. 뭐, 학자들이 많이 연구해서 설명을 달아놓았겠거니 해야죠.

 

 

천년 넘은 지난 일이지만 평균 신장 164cm에 콧부리 묘사를 종합해봐요 역시 남방계 외모가 맞는 것 같습니다.

현장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듯이 그리 넓지 않은 곳에 많은 시신을 격식에 따라 집단으로 매장할 생각을 하였다니

가야의 백성들은 서민이라도 사람대접은 잘 받았나 봅니다.

 

넓은 평야와 낙동강을 끼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아! 덧붙이자면 찮은씨의 넙대대한 얼굴 면적은 전형적인 남방계인 것 같습니다. 추석이니 고분군에다가

큰절이라도 올렸어야 하는데.

 

 

 

고분군을 뒤로 하고 자전거에 몸을 싣습니다.

 

바람이 불었습니다.

 

좋아하는 나무의 이파리들이 희번득거리며 여행자를 반깁니다.

 

그래, 새끼들아 내가 왔다고... 내가 또 왔다고...

 

좋아도 괜히 행패를 부리는 거죠.

   

 

 

벼와 자전거와 나.

자전거와 나와 벼.

나와 벼와 자전거.

 

말장난을 계속하고 싶지만, 읽기 괴로우시겠죠.

 

 

 

김해교 위의 대형 조형물이 지친 자전거 여행자를 반깁니다. 포토그래퍼 사이에서는 해 뜨고 두시간

해 지기 전 두시간을 이용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 만큼 사진이 잘 나온다는 이야기겠죠. 김해교 위의

이 조형물은 딱 이렇게 해지기 전에 가면 떨어지는 태양의 빛을 받아 반짝반짝 광이 납니다.

 

 

그 아래로 명절도 잊은채 카누 선수들이 연습에 한창이더군요.

사람의 유전자 속에는 경주나 내기만 벌어지면 흥분하게 되어 있는 기록이 있나봅니다.

 

연습이라도 선수들이 질주를 시작하니 카메라를 든 손이 부르르 떨리며 셔터를

무자비하게 누르게 되더군요.

 

 

 

  

 

 

해 지기 전 두시간 해 뜨고 두시간, 이른바 사진찍기의 골든타임에 찍은 김해교 위의 조형물입니다.

그런데 인생에 있어서 골든타임은 언제일까요?

 

건강하게 숨쉬고 있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