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탄 풍경

호포 임도

자전거여행자 2010. 7. 26. 22:58

 

 

사상구에서 찻길을 피해 북구 금곡동을 향해 달렸다. 금곡동에서 호포 지하철 역 방향으로 달리다보면 어렵지 않게

임도 입구를 만나게 된다. 고가도로 아래 컨테이너 트레일러가 늘 주차되어 있고 진영국도관리사무소 간판이 크게

달려 있으니 눈썰미를 발휘하면 헷갈리지 않을 것이다.

 

 

바리케이트를 지나 임도 초입에는 비교적 가파른 업힐구간이 있다. 클릿페달 사용자는 주의가 필요하다. 길을 알고 단련이

된 라이더라면 무정차라이딩이 가능하겠지만, 쉽게 생각하고 오르다가는 페달을 빼지 못해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

 

부산 외곽의 임도라 상대적으로 수풀이 우거져있다. 때문에 긴팔져지와 긴타이즈가 필요하다. 반팔 반바지는 풀독이

오를 수도 있고, 한여름의 강한 자외선에 피부화상을 입을 수도 있다.

 

 

덧붙여 안경착용자가 아니라면 고글도 필요하다. 임도초입부터 달라붙은 날파리떼가 눈가와 귓가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웃자란

나뭇가지들이 라이더의 안면부를 치고 지나가니까 말이다. 계곡물을 제외하고는 물을 공급받기가 마땅치 않으니 충분히

준비하라고 권하고 싶다.

 

 

한여름 폭염 속에 잘 알지도 못하는 길을 달렸다. 끝이 보이지 않는 오르막길에는 팥죽땀과 규칙적인 호흡 그리고 간혹 뒷바퀴가

슬릭이 날 때 나는 소음과 함께 날파리떼의 앵앵거리는 소리들 소리들...

 

그래, 수십년을 틀에 맞춰진 길로 항상 누군가와 함께 그럭저럭 달려왔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좀 그렇게 살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길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다른 사람의 시선 따윈 상관없이 자.유.롭.게.

 

 

오르막 끝에는 송싯골 쉼터가 있었다. 정자형태인데 자동차를 끌고 올라온 가족들이 차지하고 앉아서 화투놀이에

열을 올리고 있던 터라 카메라에 담지 못했다. 수도권에는 등산객과 자전거 라이더들 간의 심심찮은 다툼으로 얼굴을

붉히기도 한다는데, 아직 부산은 높은 곳까지 올라온 자전거 라이더를 마냥 신기하게 쳐다본다.

 

등산객들의 산악자전거 라이더들을 바라보는 느낌과 내가 이 높은 곳까지 차를 끌고온 그들을 보는

시선과 크게 차이가 없으리라. 늘 산에서 자전거 타면서 먹는 마음가짐을 더 다지게 되었다.

 

멀리 양산 물류센터가 보인다.

 

 

쉼터 이후로 꾸준히 다운힐이 이어진다. 첫번째 갈림길을 만나게 되는데 왼쪽으로 꺽으면 잘생긴 도토리나무 군락을

만나게된다.

 

그러다보면 두번째 갈림길을 만나게 되는데 산불감시초소쪽으로 금산지구임도 머릿돌을 따라 가면 크게 무리가 없다.

직진하면 조금 더 빠르게 하산하게 되는 길이다. 설명이 어렵지 막상 길을 달리면 크게 헷갈리지 않을 길이다.

 

 

금산지구 임도를 따라 내려가다가 발견한 계곡이다. 물론 그 전에도 계곡은 두군데 있었지만, 상수원보호구역을 알리는

간판 때문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피서객들은 상관없이 들어가서 물놀이에 한창이었다. 대단한 도덕군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이 먹을 물에 발과 엉덩이를 담글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약간 더 내려오니 아무런 경고간판이 없는 계곡을 만날 수 있었다.

맴돌다 흐르는 물에 손을 담그니 거짓말처럼 땀이 식는다.

 

내친김에 슈즈를 벗고 찬물에 발을 담그니 잘못하다가는 발목에 수갑을 차인 것처럼 계곡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만 같았다.

 

계곡 위 우거진 수풀에서 쏟아지는 공기가 몹시 시원하였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길을 재촉했다.

 

 

 

금산지구 임도 막바지 바리케이트를 만났다. 오른쪽으로 오르면 법천사 가는 길 이정표가 있다. 길이 더 이어지는 방향이다.

아마도 양산의 더 깊은 곳으로 이어지는 길인 듯했다. 귀가 후 지도상으로 확인하니 임도는 양산의 다른 쪽으로 나 있는데

확실치는 않다.

 

더위에 지치기도 했고 배도 고프고 왼쪽 동산초등학교 가는 길로 하산했다.

 

 

하산하는 길에서 만난 제일 좋아하는 나무들 그리고 주변 풍경.

강열한 한여름의 태양을 닮은 해바라기가 몹시 반가웠다.

 

그래, 따지고 보면 얼마 남지 않았다. 영원한 친구 자전거와 함께 생을 마감할 그날이...

 

그럼.

 

 

 

 

 

덧글: 대로 반대편에서 찍은 호포 임도 입구입니다. 부산에서 라이딩을 시작하는 분들만 참고로 하시길...

        양산에서는 다른 코스가 있는 모양입니다. 중간에 라이더 한 분을 만났는데, 잠깐 스쳐지나간 터라

        자세히 물어보질 못했습니다.

 

 

자전거 여행에 참고로 하면 좋은 책
자전거 여행
김훈 저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자전거여행 전국편
김병훈 저
우리나라 해안여행
농림수산식품부,한국어촌어항협회 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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