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 같은 오후
꽃이름을 모르면서 글을 썼더랬는데, 마침 지자체에서 조성해놓은 꽃밭에 자세하게 설명이 깃든 안내판이 있었습니다.
루드베키아, 원산지는 북아메리카.
한국의 길과 어울리는 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럴싸한 한국어 꽃이름이 있을 줄 알았는데 외래종이었나 봅니다.
그러고보니 지나치게 색이 강렬하다는 느낌이 드네요.
낙동강의 반대편에는 해바라기가 잘 자라고 있습니다.
강은 딱 여기까지만 사람의 손길이 닿았으면 합니다.
습도가 높아도 이런 색을 대하니 기분이 상쾌해집니다. 좋은 세월이라 땀을 흘려도 바로바로 흡수해서
배출하는 기능성 의류에 큰맘먹고 마련한 자전거 가방은 등쪽이 철망구조라 자전거 타는 사람을 은근히
도와주었습니다.
자전거의 방향을 바닷가로 돌렸습니다.
부산신항은 휴일도 없이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경고음과 함께 크레인은 육중한 컨테이너를 연신 옮겼고, 겨울에는 휑하던
컨테이너 야적장은 빈공간을 찾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학창시절에는 이런 컨테이너와 익숙한 환경에서 직업을 찾을 줄 알았는데, 역시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인가 봅니다.
하긴 마땅한 롤모델도 없고 멘토도 없던 시절이라 멋모르고 진학을 결정하던 시절이었으니...
장마철이라 시계가 흐릿해서 아쉽네요.
화창할 때 가덕의 언덕에서 조망하는 신항의 풍경은 역시 장관입니다.
가파른 언덕을 몇구비 넘어서 맞이하게 되는 대항입니다. 많이 차분해졌지만, 주변이 정돈되지 않은 듯한
분위기입니다. 그래도 먼데서 바라다보이는 작은 어촌과 방파제 등대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줍니다.
이번에는 시간이 많이 단축되어서 작심하고 방파제 근처에서 오래 놀았습니다.
그러다보니 갈매기도 용변을 보기 전에는 끼룩, 하며 용을 쓴다는 사실을 알게되었습니다.
천편일률적인 횟집 말고 바다와 잘 어울리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회를 잘 안먹는 찮은씨 같은 사람이 바다나 보면서 햇빛을 피할 수 있는 그런 공간.
카메라의 연사모드가 작동한 줄 모르고 있다가 찍힌 질풍자전거점 운영자 찮은씨의 하체입니다.
좀 므흣하지 않습니까? 요새 하체를 강화하려고 합니다만 뱃살만 늘고 있어서 한심합니다.
빈배 너머 언덕이 보입니다. 다시 넘어가야할 길이죠. 주말이라 주변 도시에서 원정라이딩 오신 분들도
심심찮게 만납니다. 연배 있으신 분들이 많이 끌바를 하는 구간이기도 합니다.
휴식도 길었고 다시 힘을 내어 언덕을 넘습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근육이 피로해져가지만 여름의 오후가
아니라 마치 가을의 어느 휴일 오후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길의 주변까지 모두 살피는 여유까지 부려봅니다.
삘기사이로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산딸기를 찾았습니다. 자전거에서 내려 혀끝과 치아 사이에 겨우 물리는 산딸기
열매를 입안에 넣고 오물거렸습니다. 톡톡터지며 새큼한 맛과 함께 입안에 흙먼지 냄새가 섞입니다.
월요일에 후유증이 남을 것만 같은 휴식 같은 오후였습니다.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