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탄 풍경

원동의 매화

자전거여행자 2010. 3. 15. 22:50

 

 

원동의 매화를 보기 위해 자전거에 몸을 실었습니다. 일기예보를 무시하고 길을 나섰는데, 요즘 일기예보가

너무 정확합니다. 화제뜰을 지나는데 비가 부슬부슬. 모국어의 조어능역은 위대한데 꽃샘추위를 흉내내면 꽃샘비라고

해야할까.

 

꽃을 시샘하는 비. 꽃샘비.

 

이렇게 바람이 불고 굵기가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면 꽃은 어찌할 방도가 없습니다.

 

빗물이 헬멧 사이와 뜨겁던 허벅지 위로 떨어지니 질풍자전거점 운영자 찮은씨의 성깔이 폭발하기 일보직전.

이런 썅! 자전거 타고 꽃구경 가는 날은 예보가 틀려줘도 좋은데.

 

 

그러고 보니 자주 예측이 빗나가기도 하던 일기예보가 요즘은 너무 잘맞습니다. 적어도 부산에서는 비 온다면 비 오고 눈 온다면

눈오고 바람 분다면 바람 붑니다.

 

새로 영입된 기상청선진화단장이 외국인 케네스 크로포드라는데, 일기예보도 축구의 히딩크 효과처럼 외국인이

간여해야 그 정확도가 높아지는건지.

 

물론 그럴리야 있겠냐 싶다가도...

 

이건 미신이라면 미신이지만, 역시 외제가 최고 아니겠습니까? 차기 대통령도 외국인으로! 으하하...

장관은 탁월한 한국어 구사력을 자랑하는 미수다의 따루를 강력추천합니다. 으하하...

 

아무려나 남도의 매화는 이와 같이 비에 젖었습니다.

 

 

 

원동에 접어들기 전에 좋아하는 풍경과 만났습니다. 소나무재선충이 창궐하는 상황에서 굳세게 버텨내고 있는

소나무 군락입니다. 습하지만 상쾌한 공기가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나무는 죽은 영혼들이 서성이는 것처럼 기립하여

여행자를 묵묵히 내려보고 있습니다.

 

하늘을 향해 굴곡 없이 삶을 이어가는 나무.

요즘 이런 풍경에서 자주 기가 죽습니다.

 

 

 

원동의 매화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습니다. 점점 영역이 넓어져 가고 있죠.

비가 와서인지 아니면 많이 알려져서인지 예년에 비해 찾으신 분들이 적었습니다.

 

일년전에는 발디딜 틈 없이 사진 찍으시는 분들로 가득했던 순매원 부근이었는데, 올해는 비교적 가족단위로

가볍게 드라이브 삼아 들르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많거나 적거나 꽃이야 사람 탓을 하던가요.

 

 

 

 

꽃을 뒤로 하고 원동역을 지났습니다. 매화축제 기간은 아마도 원동초등학교 동창들의 모임이 있는 날인가 봅니다.

수천명 규모의 국민학교를 졸업한 찮은씨는 이렇게 작은 학교 출신의 졸업생들에게 묘한 열등감이 있습니다.

찮은씨가 접한 작은 학교 출신들의 정신적 육체적 능력이 남달랐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학급의 규모가 예전과 같지 않으니 단순하게 대입할 수는 없겠지만, 가르치는 사람과 밀접하게 소통할 수

있는 상황에서 뭔가 교육을 받았더라면 하는 생각이 굴뚝 같습니다.

 

 

빤하디 빤한 동창들이 자녀들을 데리고 와서 예전에 뛰놀던 작은 운동장에서 공놀이에 한창이고, 한쪽에서는

내남없이 손을 걷어붙이고 음식을 준비하더니 왁자하게 수다를 떨며 잔을 주고 받았습니다.

 

편백이 살아남아 그들을 오래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이제 봄이네요.

새순이 오르고 있습니다.

 

그나마 자전거를 타고 이렇게 한바퀴씩 해야 마음이 조금 낫습니다.

굳이 거창한 수사를 붙이지 않더라도 찮은씨에게 자전거는 특별한 존재입니다.

 

그럼.

 

 

 

 

자전거 여행에 참고로 하면 좋은 책
자전거 여행
김훈 저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자전거여행 전국편
김병훈 저
우리나라 해안여행
농림수산식품부,한국어촌어항협회 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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